<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 신명직 지음, 현실문화연구 출판, 2003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 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
1920년~1930년대라고 하면, 단지 식민지시대라는 거, 식민지 수탈이 보다 심해져서 우리 국민들이 살기 힘들었다는 거, 그리고 부딪히고 싶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위안부 문제들...그게 그 시대에 대한 내 지식의 전부이다.
그 시절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하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거, 그리고 그 시절이나 내가 살고 있는 이 시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거...이러한 사실들이 나로 하여금 굉장히 놀라게 만들었다.
이 책은 그 시절의 만문만화를 소개하면서 작가가 설명을 곁들인 책이다.
보통 신문의 만화는 말풍선을 통해, 몇 마디의 말만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안에 많은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는데,
이 책의 만문만화는 말풍선에 얘기가 들어가 있지 않고, 그림과 서사가 함께 제시되어 있어 그 시절에 대한 풍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시대를 풍자하고, 사람들을 풍자하는 만화라는 점에서는 현재의 신문과는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모던걸, 모던보이, 허례허식, 바자회와 박람회 그리고 백화점 등.
유행을 좇기 위해 없는 돈을 털어 유성기를 사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유행이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보여주며.
그때나 지금이나 한강 인도교에서는 사람들이 왜 그리 자살을 하는지.
의사라는 직업으로 여성들을 등처먹는 사기꾼들.
가족들과 함께 벚꽃놀이를 간 가족이, 아이는 벚꽃에 눈이 팔리고 아버지는 신여성의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에 눈이 팔리는 광경 등
그 시절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아픈 시절이었는가 하는 무거운 주제말고, 이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마찬가지구나 하는 재미있고 유쾌한 생각들이 들어 읽는 내내 신선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나에게 그 시절의 아픔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0.07.10~20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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