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신문, 다시 읽기

bluerainymars 2010. 9. 7. 09:50

 

 

<독립신문, 다시 읽기 : 백년 전 거울로 오늘을 본다> 독립신문 사설선집, 서울대 정치학과 독립신문 강독회, 푸른역사 출판

 

신문은 언론사의 성향, 정치적 이데올로기, 언론사의 이권 등에 따라 동일한 사건도 서로 다른 시각으로 기술한다.

그런 과정에서 언론사를 지칭할 때 '조폭신문, 창녀언론'이란 말을 쓰게 되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언론사들의 말질-자극적이고 표면적이고 선정적인 것이 실제로 다루어야 할 다른 현실적인 문제보다 종종 더 중요시되고 있으므로-에 우리 국민들이 놀아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서로 다른 성향의 한겨레신문과 조선일보를 각각 비판적으로 읽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다양화되었고, 정치적으로도 분화되었으며, 국민들의 비판 의식이나 현실 감각 등이 배움을 통해 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립신문'을 읽을 때에는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잠시 망각했었다.

그 시대에 내가 살지 않았기에 이 신문에서 그리고 있는 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독립신문이 가지고 있는 권위 등을 인정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읽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이 역시 신문인지라 편집자나 언론사의 성향이 강하게 개입될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친미, 친기독교, 학문과 배움에 대한 숭상이 지나쳐서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한 것에 대해서도 미화하려는 관점-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면서 인도 사람들을 계몽시켰다는 의식. 그렇게 따지면 현재 일본 국민들이 한국을 식민지화한 것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은 일본 때문에 개화되지 않았냐, 왜 고마워하지 않고 난리냐고 하는 것은 독립신문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타당할 수밖에 없다.-....'남녀평등, 인간평등' 등을 외치지만 표현 하나하나에서 느낄 수 있는 남녀 불평등, 즉 여성에 대한 그 시대의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고, 흑인종이나 미국 백인종들이 몰아낸 서부 토착민에 대한 독립신문의 인식은 너무나 불평등하여 읽는 내내 가히 놀랄 만했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는 독립신문의 여러 비판과 관점들에 공감하지만,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나도 비판적으로 읽어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제1부 제1장 구한말의 실상, 제2장 조선병"과 "제3부 근대 학문의 수용" 부분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았다.

특히 제3부 중 '국문의 이로움'이란 부분은 우리 한국어는 한자가 많아 한자를 배워야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해답을 내려준다.

 

한문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되, "한문글자로 쓰지 아니하면 조선말에 모를 말이 있다"하나, 그것은 다만 한문 공부만 하고 국문 공부는 아니 한 사람의 말이라. 설령 독립신문이라 하면 독립도 한문 글자요 신문도 한문 글자로 쓰나, 그것은 국문을 공부하지 아니하였기에 '홀로 독' '설 립' '새 신' '들을 문'자만 생각하고, 독립이란 말이 남에게 의지 아니한 것을 뜻함을 배우지 아니한 탓이라.

만일 조선 인민을 가르치되 독립이란 남에게 의지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가르쳐놓을 것 같으면, 독립만 보고도 그 뜻을 알 터이요, '홀로 독' '설 립'을 배우지 아니한 사람도 책을 보고 뜻을 알 터요, 누가 말하는 것을 듣고도 알 터라. 조선에 한문 글자로 된 말이 많이 있으나, 그것을 한문으로 주를 내어 가르치지 말고 국문으로 주를 내어 가르쳐놓을 것 같으면, 뜻을 더 소상히 알 터요 배우기도 더 쉽고 말과 글이 같아질 터요, 한문 생각은 당초에 하지도 아니할 터이라. (p383~384)

 

그리고 참으로 당황스러웠던 것은, 백년 전이나 지금이나....우리 정부는 너무도 무능하고 관리들은 부패하였다는 것이다.

우리의 백년 뒤는 어떨지 그것도 궁금하다.

 

<2010.8.26.~2010.9.6.>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이트 - <꿈의 해석>  (0) 2010.10.20
소멸의 미학  (0) 2010.09.15
터부 - 사람이 해서는 안 될 거의 모든 것  (0) 2010.08.31
강남몽  (0) 2010.08.28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  (0) 2010.08.26